그룹명/나의 이야기

자카르타 생활

이엘리1 2014. 5. 18. 02:08

벌써 자카르타에 온 지도 6개월이 훌쩍 넘었구나.

 

한국에서 눈 덮인 산을 보다가 녹색으로 변해 가는 모습을 보면서, 자연이 주신 아름다운 길들을 원없이 걸어보고 싶었는 데,

계절의 변화도 제대로 느껴 보지 못한 채 이제 오월도 얼마 남지 않았구나.

자카르타는 항상 날씨가 더워 세월이 흘러 가는 걸 잘 느끼지 못한다.

 

2001년부터 2009년말까지 총 9년을 살다가 어쩔 수 없이 자카르타를 떠날 때는 빠른 기간 내에 돌아 오리라 다짐을 했었는 데,

막상 돌아 와 보니, 예전에 알던 친구들 뿐만 아니라 내 또래의 사람들이 주변에 거의 보이질 않는다.

 

이상하게 들릴 지 모르지만 자카르타에서도 외롭다고 느껴진다.

이곳이 내가 살 데가 아니라는 생각까지도 들었다.

그래도 올 시월말까지는 이곳에 있어야 하기에,

있는 동안 정을 붙일 일을 찾다 보니, 성악을 배우게 되었다.

우연히 성악 선생님을 만나서 발성법을 배우고,

아버지 합창단의 일원이 되어 콘서트를 준비하고 있다.

 

처음에는 도저히 올라 갈 것 같지 않던 고음도 조금씩 낼 수 있음을 보면서 신기하기도 하고,

내가 왜 젊었을 때 이걸 배우지 않았을 까 하는 후회까지도 든다.

노래를 참 좋아하는 데, 음이 제대로 올라가질 않아 노래방에서 끝까지 부르는 노래가 별로 없었는데,

부르더라도 한두곡 부르고 나면 목이 아팠는데,

발성을 배우고 나니 (아직 많이 서투르지만) 노래방에서 끝까지 부를 수 있는 곡들도 많아 지고..

 

그 무엇보다도 20여명의 콘서트 단원들과 일주일에 한번씩 모여서

같이 연습한다는 게 참으로 좋다.

내가  테너1을 맡아서 노랠 부른 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6월 8일 자카르타 한국 국제학교에서 아버지 앙상블의 콘서트를 한다는

포스트와 초대장을 보면서,

이렇게 무언가 준비를 한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임을 깨닫게 된다.

 

다른 사람들에게 누가 되지 않기 위해 나름대로 열심히 하고 있는  

나 자신이 한편으로는 자랑스럽다.

이게 없었으면,

내 자신이 얼마나 외로왔을 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