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에서 처음으로 등산을 하다
예전에 인도네시아에 십년 가까이 살았지만, 등산을 한다는 건 상상도 해 보지 않았다.
날씨가 덥기도 하거니와, 산에 제대로 길이 나 있는 지도 모르겠고, 회사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다는 점 때문이기도 했을 게다.
하지만, 우연히 같이 있는 지인이 여기 산악회에 가입하여 등산을 한단다.
그러면서 2,000 ~ 3,000 m나 되는 Genung Gede, Genung Salak 등지를 오른 걸 자랑하길래,
나도 가입해서 그렇게 어렵지 않은 길이라면 같이 걷고 싶다고 했는데...
이런 연유로 이곳 대통령 선거일 (7월 9일)에 자카르타 남쪽에 있는 Genung Malang 과 Genung Hamerang 을 넘는 다기에 무작정 따라 나섰다.
Cibubur에서 총 8명이 모여 차량 2대를 이용하여 한시간 반 정도 올라간 후, 중골이란 마을에서 산행을 시작하였다.
중골 마을을 출발하여 Genung Malang과 Genung Hamerang의 능선을 넘어 16 ~ 17 Km를 걸어 Sentul 임도에 도착하는 여정이다.
날씨가 흐려, 비가 올 가능성이 있다고 산대장이 쉬지 않고 내빼는 바람에 9시에 출발한 일행이 3시쯤에 종착지점에 도착하였다.
중간에 점심 식사하느라 잠시 휴식한 거 외에는 제대로 휴식한번 취하지도 못한 채 열심히 걸었다.
쉬지도 않고 빨리 걷는 바람에 산세 구경도 제대로 못하고, 사진도 많이 찍지 못한 게 좀 아쉽다.
워낙 비가 많이 오는 지역이라 산길의 대부분이 진흙뻘로 되어 질퍽질퍽하다.
그냥 걷다가도 넘어질까봐 조마조마한데, 비가 오면 엄청 걷기가 힘들지 싶다.
왜 산대장이 빨리 가려는 지 그 이유를 알 거 같다.
나뭇가지를 몇번 스치고 나면 어느새 거머리 몇마리가 몸으로 옮겨와 있다.
거머리는 처음에는 크기가 아주 작아 구별하기도 쉽지 않은 데 피를 빨아 먹으면서 점점 커진다.
거머리에 헌혈하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였다.
나도 모르는 새 내 손바닥에도 상당히 커진 거머리를 발견했는 데 떼내기도 쉽지가 않더라.
우리가 등반한 산에는 커피나무를 많이 재배하고 있다. 커피는 최소 해발 800 m가 넘는 곳에서 자란다고 하던데.
난생 처음으로 커피나무와 커피열매도 보고, 야생동물의 변에 들어 있는 커피도 많이 보았다.
처음부터 주었으면 상당한 양의 르왁커피 원두를 모을 수도 있었을 텐데..
산대장이 그런다, 사향고양이가 먹어서 배출하면 사향의 냄새가 커피에 배여 나오듯, 커피를 먹는 동물에 따라 커피의 향이 다르단다.
그중에서 제일 비싼게 코끼리 배설물에서 나온 거라고 한다.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흥미진진하게 이야길 들었다.
센툴시티에 내려와서 아얌 칼라산과 함께하는 맥주 맛이 일품이다.
산악회에서는 한달에 한번 정도는 산행을 한단다.
앞으로 왠만하면 산행에 참여하리라 다짐한다.
그러다보니, 이달말에 한국에 가면 새로산 신발, 비옷, 바람막이 옷, 바지 등등을 꼭 챙겨서 와야 겠다.
멀리 폭포가 보인다. 이번에는 이곳이 시작점이라 폭포에 가는 걸 생략한단다.
이곳으로 온다면 보통 폭포 밑에서 몸을 담근 다는데^^
마을에서 나와 마을 뒷길을 한 삼십여분 걸었나?
폭포와 이어지는 호수를 지났는 데 따라 가느라 사진 찍을 엄두도 내지 못했다.
한 삼십여분 걸은 후 처음으로 잠시 휴식을 취한 곳, 아래로 걸어온 마을이 보인다
처음으로 가까이서 본 커피나무, 아직 초입이라 아직 커피가 익지 않아 초록색이다.
중간에 만난 커피 재배집
커피를 말리는 한쪽 끝에 동물의 배설물에 잔뜩 있는 커피를 같이 말리고 있다
커피나무 밭 사이로 길이 나 있다.
길을 걷다가 중간에 만난 잘 익은 커피 열매
길바닥에 있는 야생동물이 먹고난 커피 배설물 (처음부터 주었으면 비닐 한주머니는 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