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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아닌 뜨거운 여름 (2011년 8월 22일)

이엘리1 2011. 8. 23. 00:57

8월 중순 까지만 해도 날씨가 그렇게 덥지가 않아서 여기 밀라노가 참으로 살기가 좋은 데구나 생각했다.

올해의 휴가 계획도 가장 더운 8월 초순에 가지고 나면, 8월 중순부터는  찬바람이 불것으로 생각했는데,


왠걸 요즈음 최고 기온을 갱신하고 있다.밤에도 열대야 현상이 난무한다.

왜 이탈리아 사람들이 8월 중순에 휴가를 가는 지 이해가 된다.

세상은 나의 짧은 상식적인 생각을 살짝 틀어버림으로써, 나에게 세상을 쉽게 보고 판단하지 말라고 꼭 훈시하는 것 같다.


그래, 처음에 이곳에 왔을 때 이곳에 정이 들지 않아 불만 투성이였는데, 이제는 조금씩 좋은 점이 보이기 시작한다.

애들도 여름을 같이 보내면서 부모의 마음을 예전보다 제대로 이해하기 시작했고, 같이 여행을 다니면서 가족의 사랑을 같이 나눌 수 있는 기회를 가지기도 했다.

 

이렇게 좋은 때를 지속적으로 가질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침에 큰애가 페북에 문자를 올렸다.

어제 <나가수>에서 인순이의 <아버지>를 보고 자신도 울컥했고 그래서 아버지에 대한 사랑을 다시 한번 더 느끼게 되었다고.

지난 몇년 간 딸 애들과의 사이가 좋지 못했었다.

부모가 애들에게 너무 많은 걸 기대해서 그런게 아닌가 생각하며, 그 기대를 낮추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가...

그래, 애들에게도 강요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었다.


내 일도 마찬가지인 거 같다. 내가 미련을 가지고 이곳에 더 오래 있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질 때가 내가 떠나가야 할 시간이 가까와 온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좋은 일들이 생길 때 앞으로 닥칠 수도 있는 어려울 때를 준비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리라.


그리고 이번 주말까지 더위가 계속되면, 아무 생각없이 알프스 산속으로 올라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