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

Piani di Bobbio 걷기 (2012년 7월 28일)

이엘리1 2012. 7. 29. 06:30

Como 호수의 다른 한쪽의 끝자락은 Lecco라고 한다. 이곳에서 산속으로 20여분 올라가면 Val Sassina란 계곡이 나온다. 이곳도 알프스의 한 자락이라 산세가 상당히 세며, 산의 정상부에는 스키장들이 많이 있다. 이들의 상당수는 여름에도 산악자전거나 등산객을 위해 곤돌라를 운행한다. 오늘은 이들 중 그래도 많이 알려진 Piani di Bobbio Resort를 찾았다.

 

이번주에도 스위스의 루체른을 가고자 했는데, 아침에 어슬렁거리다가 시간을 놓쳐버렸다. 그렇다고 30도가 넘고 습도도 높은 날씨에 집에만 있을 수도 없고 해서 생각해 낸 곳이 바로 이곳이다. 밀라노에서 한시간 이내에 쉽게 갈 수 있는 곳이고, 작년 이맘때 밀라노를 방문한 딸들과 함께 찾았을 때 선선했던 날씨를 되새기면서.곤돌라를 타고 스키장에 올라가면 한시간에서 네시간까지 다양한 트레킹 코스가 있다. 그날 컨디션을 봐가면서 적당한 걸 골라 걸을 예정이었는데, 마침 도착하니 한시반까지 매표소가 문을 닫는 단다. 아마 점심시간이라고 그러나보다.

안내도를 보니 스키장까지 걸어 올라가는데 2시간반 정도 걸린단다. 한시간을 밑에서 기다리느니 그냥 걸어 올라 갔다. 가파른 산을 돌고 돌아 오르느라 힘이 들었지만, 잠시 쉴 때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에 대한 고마움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중간에 숲속이 좋아 오르는 데 그곳이 자전거 전용도로란다. 경사가 심해 옆의 나무를 잡아야 겨우 오를 수 있는 길을 빠른 속도로 자전거가 내려온다. 이를 피하면서 올라 가느라 혼쭐이 났다. 사람은 빙글빙글 돌아가는 찻길을 따라 올라가야 한단다. 사람이 다니는 길보다 자전거가 다니는 길이 더 우선시 되는 시스템이 아직 나에겐 생소하다.

 

대부분의 알프스 산이 그러하지만, 이곳도 산위에 도착하면 상대적으로 평원이 펼쳐진다. 올라오는 길에 울창했던 나무들은 사라지고 정상에는 거의 풀들만 있다. 그래서 산위에서 걷는 건 뙤약볕 아래서 걷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단지 외부 온도가 20도 정도라서 선선하기 때문에 직사 광선을 너무 의식할 필요는 없지만서도. 산위에 올라 가니, 트레킹하는 분들이 많다. 가족 단위로 찾은 사람들도 있고, 연세가 많으신 분들끼리 오신 분들도 많다. 이렇게 운동도 하고 시원한 데 피서도 하게 되니 오늘도 나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Piani di Bobbio Resort 안내도 (실선 표시는 오늘 걸은 길)

 

산위에 있는 곤돌라 내리는 곳

 

 곤돌라 뒤쪽으로 알프스 산들이 보인다

 

곤돌라에서 내려 자전거 타고 내려가는 사람들

 

자전거 전용 도로 초입 (가파른 숲속에서는 안전때문에 사진 찍을 엄두도 내지 못했다) 

 

정상에서의 스키장 초입 (트레킹이 시작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앞에 보이는 산을 한바퀴 도는 건 3~4시간 짜리 트레킹 코스다

 

소들도 배가 부른지 대부분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누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