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다른 일상

신년 맞이 산행 (2013.1.1)

이엘리1 2013. 1. 1. 18:00

새해 첫날부터 집에만 있으면 한해가 게을러 질 거 같아서 운동을 겸해 주변 야산으로 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정초부터 좋지 않은 일은 피하고자, 가장 쉬운 길을 가장 편한 방법으로 가기로 했다.

 

사실 이맘때 밀라노 근처에는 산행할 장소가 별로 없다. 알프스 자락에는 이미 쌓인 눈의 높이가 대부분 키보다 훨씬 더 높아 스키장비가 없으면 근처에까지 갈수도 없고/

다행히 꼬모 호수를 남쪽에서 둘러 싸고 있는 산의 봉우리는 대부분 1,500여 미터 안쪽이며 양지를 따라 난 길에 남아 있는 눈이 거의 없으리라 생각되어 이곳으로 향하기로 했다.

 

지난 연휴 내내 종일 비가 오락가락하며 흐린 날시가 이날따라 맑아서 산행하기에는 아주 좋았다.

지난 달에 산 등산복과 스틱을 처음으로 사용해 보기도 할 겸해서...

내가 좋아하는 배낭을 잃어버린게 많이 아쉽다. 바르셀로나에서의 일은 잊어 버린줄 알았는데 스멀스멀 생각이 난다.

 

이 길은 예전에 여러번 다녔던 곳으로, 오늘은 종주하기 보다는 걷다가 피곤하거나 길이 미끄럽다 싶으면 언제든지 돌아오기로 마음먹고..

차를 산의 중턱에 있는 산마르티노에 세워 놓고 한 두어시간 걸어 산봉우리에 오르니, 저 아래로 보이는 코모 호수를 배경으로 신선하고 차가운 바람이 마음을 한결 상그럽게 해 준다. 그래 오늘은 여기까지다.

 

이곳 이탈리아 사람들도 생각보다 산행을 많이 한다.

나보다 훨씬 나이많아 보이는 할아버지도 있고, 조그만 애를 업고 온 부부도 있고, 데이트하러 온 사람도 있고, 혼자서 묵묵히 산행을 하는 사람도 있고..

 

이런데 살면서 일주일에 두세번 정도만 이러한 걷기를 할 수 있다면 무병장수할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문득 도시에서 이런 걷기를 하기에는 서울만큼 좋은데가 있을 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산봉우리에서 꼬모호수를 바라보며 핸펀으로 찍은 사진 (지난번 스페인에서 잊어버린 사진기가 생각난다)

 

 

 

모처럼 날씨가 좋아 사진기만 좋으면 호수 건너 빌라 데스테를 선명하게 찍을 수 있을 텐데..